
빌라 에르바티움 ‘쌀 막걸리(RICE MAKGEOLLI)’. (사진제공=빌라 에르바티움)
프랑스 그라스 국제향수박물관(MIP)에 놓인 VILLA ERBATIUM(빌라 에르바티움)의 ‘쌀 막걸리(RICE MAKGEOLLI)’는 전시를 위해 따로 만든 오브제가 아니라 브랜드 컬렉션에 들어 있는 오 드 퍼퓸이다.
전시 소식을 듣고 향이 궁금해졌다면 이 향수가 어떤 원료와 구조로 만들어졌는지부터 살펴볼 만하다.
브랜드 소개자료에 따르면 VILLA ERBATIUM의 오 드 퍼퓸은 식음등급 발효주정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향수의 바탕이 되는 알코올로 먹고 마실 수 있는 등급의 발효주정을 택한 것으로, 브랜드는 이를 통해 안전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쌀과 누룩의 발효에서 영감을 얻은 향이 발효주정 위에 얹혔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분사 방식에도 공을 들였다. 초미세 펌프 스프레이를 적용해 향이 안개처럼 잘게 흩어지도록 했고, 덕분에 한 번 뿌렸을 때 향을 보다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브랜드의 설명이다. 구성품은 향수 본품과 리플렛으로 단출하다.
브랜드의 오 드 퍼퓸 용량은 100ml와 50ml 두 가지로 안내돼 있다.
이번 그라스 전시에 놓인 것은 RICE MAKGEOLLI 오 드 퍼퓸 100ml로, 오감 설치 가운데 후각을 맡은 첫 번째 전시물 역할을 한다. 오일 제형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해 브랜드는 호호바씨 오일과 코코넛 오일을 베이스로 한 15ml 퍼퓸 오일 라인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병의 인상은 컬렉션에 따라 갈린다. RICE MAKGEOLLI가 속한 Casual Collection은 투명한 병에 블랙 캡을 조합해 경쾌한 분위기를 낸다.
앰버 병에 브론즈 캡을 쓴 Bronze Collection, 앰버 병에 블랙 캡을 쓴 Noir Collection과 견주면 한결 가볍고 산뜻한 쪽에 가까운 라인이다.
캡에는 브랜드의 철학이 담겼다. VILLA ERBATIUM은 인간의 감정이 처음 시작된 상징으로 선악과를 떠올렸고, 이를 과일 무화과의 형상으로 옮겨 향수 캡을 디자인했다. 캡을 여는 순간 사용자의 감정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제품의 구조 안에 심어 둔 셈이다.
향의 주제는 한국의 쌀과 누룩, 그리고 발효가 만들어 내는 시간이다. 조향사인 하민서 대표는 막걸리의 냄새를 복제하기보다 쌀이 발효를 거쳐 술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거기에 깃든 정서를 향으로 옮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라스 전시장에는 이 향수를 만드는 데 실제로 쓰인 누룩 원료도 함께 공개됐다.
이 향수가 전시장에서 맡은 역할도 제품의 성격과 맞물린다. 관람객은 먼저 쌀 막걸리 향수를 맡아 본 뒤 한국의 논과 벼를 담은 영상, 한국 전통 현악기의 소리, 막걸리 원료와 도자기 오브제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판매용 제품 한 병이 한국 발효문화를 소개하는 전시의 첫 문을 여는 셈이다.
VILLA ERBATIUM의 아뜰리에는 서울 종로구 팔판길 15에 자리하고 있다. 제품 구성과 컬렉션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www.villaerbatium.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