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연합뉴스] 칼럼니스트 김영우 박사 = 재결서를 받아 든 토지소유자가 고개를 갸웃한다. 재결신청서 열람기간에 의견서로 낸 잔여지 수용청구가 재결서의 결론인 주문에도, 그 근거를 적은 이유에도 보이지 않는다. 청구가 기각된 걸까, 아니면 아예 사라진 걸까.
둘 다 아니다. 토지보상법은 위원회가 신청의 일부에 대한 재결을 빠뜨리면 그 빠뜨린 부분의 신청은 계속하여 그 위원회에 계속된다고 정하고 있다. 토지소유자가 낸 잔여지 수용청구는 위원회에 그대로 남는다는 뜻이다.
이를 재결의 유탈이라 한다. 이때 할 일은 이의신청이 아니다. 같은 위원회에 빠뜨린 부분을 마저 재결해 달라고 서면으로 요구하면 된다. 여기에는 재결의 기본 원리가 담겨 있다. 사업시행자와 협의가 깨지면 보상금은 토지수용위원회가 재결로 정하는데, 위원회는 신청받은 것에만 답한다.
사업시행자나 토지소유자, 세입자 같은 관계인이 신청한 범위 안에서 재결하도록 법이 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예외는 보상금 하나다. 신청된 금액보다 늘려 정하는 증액재결은 할 수 있다.
반대 방향의 예외는 없다. 재결을 위한 감정평가가 낮게 나와도 사업시행자가 제시한 금액 아래로 줄이지는 못한다. 다만 심리 결과 보상 대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항목은 재결에서 빠진다.
재결로 가면 보상금이 깎인다는 걱정이 대부분 기우인 이유다. 하지만 이 원칙은 냉정하다. 신청하지 않은 항목은 위원회가 알아서 챙겨 주지 않는다. 게다가 재결신청은 사업시행자만 할 수 있어서, 신청서에는 사업시행자가 인정한 항목과 금액만 담긴다. 나머지는 토지소유자가 열람기간에 의견서로 채워 넣을 몫이다.
신청서에서 빠진 물건이나 영업, 금액에 대한 이견과 그 근거를 이때 적어 내야 위원회의 판단 범위에 확실히 들어간다. 사업시행자가 보상 대상이 아니라며 영업손실 같은 항목을 재결신청에서 아예 제외했다면 의견서만으로는 불안하다. 사업시행자에게 서면으로 재결신청을 청구하면 된다. 협의조차 없었어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두2309 판결).
청구를 받은 사업시행자는 60일 안에 재결을 신청할 의무를 진다. 늦어지면 그 기간만큼 현재 연 12%인 법정이율로 계산한 가산금이 재결 보상금에 붙고, 거부하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위원회에 직접 내는 청구로는 잔여지나 잔여 건축물의 수용청구가 대표적이다. 한 덩어리의 토지나 건축물 일부가 협의로 매수되거나 수용된 뒤 나머지를 종래의 목적대로 쓰기가 현저히 곤란한데 매수 협의마저 되지 않으면, 사업완료일까지 위원회에 그 수용을 청구할 수 있다.
판례는 사업시행자에게 보낸 매수청구를 위원회에 낸 수용청구로 보지 않는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두822 판결). 열람기간 의견서에 함께 적어 두면 같은 재결에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세탁소에 맡긴 옷 가운데 바지만 돌아오지 않았다면 나머지를 마저 찾아오면 된다. 바지는 돌아왔는데 얼룩이 그대로라면 그건 찾아올 일이 아니라 따질 일이다. 신청한 항목이 주문에도 이유에도 아예 없다면 앞서 본 유탈이다. 반면 위원회가 판단은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거나 금액을 낮게 정했다면 재결 내용에 대한 불복이니,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퉈야 한다.
불복에는 기한이 있다.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이를 건너뛰고 90일 안에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이의신청을 거쳤다면 소송 기한은 그 이의신청에 대한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60일이다. 어느 쪽인지 헷갈리면 이의신청부터 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빠진 줄 알았던 항목이 이유에서 짧게라도 다뤄졌다면 판단이 내려진 것이어서, 기한을 넘기면 다툴 길이 막힌다.
빠뜨린 부분의 재결을 요구하는 서면은 길 필요가 없다. 이 정도면 된다. "사건번호 ○○○○, ○○○○년 ○월 ○일 재결의 주문과 이유에는 제가 열람기간에 낸 잔여지 수용청구에 대한 판단이 없습니다. 이 부분의 신청은 토지보상법 제37조에 따라 귀 위원회에 계속되어 있으므로 재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재결 단계에서는 아무리 외쳐도 통하지 않는 요구도 있다. 사업 자체를 하지 말라는 요구다.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지는 국토교통부장관의 사업인정이 먼저 정하고, 위원회는 그다음 어느 토지를 어떤 조건으로 수용할지 정한다. 도로나 공원을 만드는 도시·군계획 시설사업이라면 실시계획을 고시할 때 사업인정과 그 고시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
위원회는 사업인정이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취소되지 않는 한 사업의 시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재결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4두8538 판결). 사업구역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구는 사업인정을 상대로 행정심판이나 취소소송을 해야 한다. 그 기한도 짧다. 사업인정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 지나면 늦고, 모르고 지나쳤더라도 있은 날부터 행정심판은 180일, 소송은 1년이 넘으면 낼 수 없다. 그 뒤 재결 단계에서 사업인정의 위법을 다퉈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예외는 좁다.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사업인정이 처음부터 무효라면 재결 단계에서도 다툴 수 있다. 사업인정 뒤 사업이 공익성을 잃었거나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수행할 의사나 능력을 잃었다면 사정이 또 다르다. 대법원은 그때의 수용권 행사를 남용으로 보아 허용하지 않는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두1051 판결).
결국 재결이 다루는 범위는 신청이 정한다. 받을 것은 열람기간에 빠짐없이 적어 내고, 판단이 빠진 신청은 그 위원회에 마저 재결을 청하고, 금액이 낮으면 기한 안에 다투면 된다. 사업을 멈춰 달라는 요구는 원칙적으로 그보다 앞선 사업인정 단계에서 꺼낼 일이다. 이 순서를 지키면 재결은 보상금이 깎이는 자리가 아니라, 받을 몫을 빠짐없이 판단받는 자리가 된다.
필자는 부동산학박사(도시계획 전공), 한국토지보상지원센터 대표로 토지보상 분야를 전문으로 한다. 국토교통부 부이사관 출신이다. 국토교통부 부동산운영과장을 지냈고, 도시정책과·부동산평가과·중앙토지수용위원회 등에서 근무했다. 대한행정사회 토지보상법 교수,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부동산개발전문인력 교수,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한국도로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토지보상 전략』, 『부동산 생로병사』, 『도시계획이란 무엇인가?』, 『부동산개발법제 연구』 등이 있다. 토지보상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분은 아래 연락처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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