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젊은 청년을 만났습니다.
가벼운 식사 자리여서 평범한 인사말을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레 직장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그 순간 스스로 다짐했지요.
‘그냥 듣기만 해, 알았지. 괜한 꼰대짓하지 말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표정은 굳어지고 목소리는 높아갔습니다.
그는 상사와 동료직원의 무능, 무기력에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은 참 쓸쓸한 일입니다.
모래밭이나 뻘밭을 자청해서 걸어가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가까이 있는 그가 사람을 원망하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그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했습니다.
모두가 조직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라고,
그러니 애꿎은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고,
조직은 평사원인 네가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와 헤어진 다음 날 떠올랐습니다.
그가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요.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힘겹게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자기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는 분노했지만 그 이면에는 분노할 수 있을 만큼 당당히 일했던 자신을 인정받고 싶어 했다는 현타가 강하게 왔습니다.
아! 그런데 저는 그 단순하고 뜨거운 욕망을 객관적 조언이라는 명분으로 차갑게 대하고 말았습니다.
짧은 몇 마디면 충분했습니다.
‘그래, 그동안 많이 힘들게 버텼구나.’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네가 정말 대견하다.’
위안은커녕 쓸데없이 자책거리만 던져준 게 아닌가 싶어 그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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