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부터 생활용품까지 한곳에서 판매하는 ‘창고형 약국’이 확산하면서 약국과 유통업체의 운영 경계를 명확히 할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약사 개인이 운영하는 약국에 별도 법인의 유통사업을 결합하는 형태가 등장하고 있지만, 이를 구분해 파악하거나 감독할 세부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14일 확인한 경기 용인의 한 창고형 약국은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판매 공간에 안경점까지 갖춘 복합매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19일 인천데일리 취재 결과 하남지역은 개인약국과 대형 유통매장이 결합해 유통법인의 사업계획과 약국의 임대차 관계가 경제적으로 연결된 정황도 확인됐다.
해당 법인이 지난해 말 발행한 전환사채 계약에는 향후 약국에 공간을 재임대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과 수익을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인의 사업이 일반 상품 유통에 그치지 않고 약국에 대한 공간 제공과 예상 수익까지 포괄하는 셈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창업·세무 컨설팅을 통해서도 소개되고 있다. 일부 행정사·세무업계는 약사가 개인사업자로 의약품을 판매하면서 별도 법인을 설립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의료기기 등을 취급하는 모델을 안내하고 있다.
컨설팅 내용에는 법인 설립 절차 외에도 약국과 법인의 매장 공간, 출입구, 직원,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 영수증, 임대차계약을 각각 나누는 방법이 담겼다.
의약품 판매 수입은 약사에게, 나머지 상품의 매출은 유통법인에 귀속시키는 구조를 절세 수단으로 제시하는 업체도 있다.
반면 행정당국은 이 같은 복합 운영 형태의 현황조차 별도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박 의원실에 보낸 답변에서 현행법에 창고형 약국 등 세부 유형을 구분하는 정의가 없어 유형별 현황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약국 개설등록 업무지침 역시 개인약국과 유통법인이 함께 입점하거나 결합해 운영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공간과 인력은 물론 재고, 가격, 광고, 매출관리 등을 어느 범위까지 분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별도 기준도 없는 상태다.
지역 약국에서는 가격 경쟁에 따른 경영 부담과 함께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원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창고형 약국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의약품을 대량 판매하면서 일반 약국의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복약지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연령과 알레르기 여부 등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의약품 공급이 판매 확대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부 창고형 약국이 병원과 연계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처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충분히 점검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A씨는 새로운 약국 운영 형태를 반영해 세부 유형과 관리 기준을 정비하는 등 관련 법·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