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24 특별기획 | [인물탐구] 제2호 최불암 편/ 故 최불암, 우리는 왜 그를 마음속 아버지로 기억하는가?/ 마인드코드16으로 다시 읽는 신뢰·공감·책임의 심리학

① 수사반장 박 반장, 전원일기 김 회장, 한국인의 밥상이 남긴 세 가지 얼굴

② 도전–신중·표현–절제·계획–즉흥·조화–자율, 누구나 이해하는 마음의 네 차원

③ 41년 아동 나눔의 기록과 준사회적 친밀감, 추억을 자기이해로 바꾸는 질문

 

[MIND24 편집국] 누군가에게는 사건 현장에 나선 박 반장이고, 누군가에게는 양촌리의 김 회장이며, 또 다른 이에게는 낯선 사람과 밥을 나누던 목소리다. 한 배우의 서로 다른 배역과 방송 활동이 여러 세대의 마음속에서 한 사람의 ‘어른’이라는 이미지로 겹쳐졌다. 2026년 10월 29일 별세한 배우 최불암을 기억하며, 마인드코드16의 네 차원으로 그 친숙함의 심리학을 탐구한다. 이는 고인의 실제 마음을 진단하는 글이 아니라 시청자인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글이다.

1. 우리는 어떻게 한 배우를 가족 같은 사람으로 기억하게 되었을까

 

최불암의 이름은 세 가지 서로 다른 장면을 부른다. MBC 《수사반장》의 박 반장은 사건과 사람을 마주하는 형사의 얼굴이었다. MBC 《전원일기》의 김 회장은 가족과 이웃의 갈등을 지켜보는 어른이었다. KBS 《한국인의 밥상》의 진행자로서는 전국 곳곳에서 밥을 차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세 역할은 하나의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제작 환경에서 완성된 공적 이미지다. 그런데 오랜 시청 경험 속에서 그 이미지들이 겹치며 시청자에게 친숙함을 남겼다.

 

KBS 공식 자료에 따르면 최불암은 1959년 연기 활동을 시작했고, 2011년부터 2025년까지 약 14년간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었다. 2026년 10월 29일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 KBS는 추모 다큐멘터리를 편성해 그의 연기와 방송 여정을 되돌아보았다. 작품을 기억하는 방식은 세대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범인을 쫓던 형사를, 다른 사람은 저녁 식탁 옆의 농촌 가족을, 또 다른 사람은 이웃의 밥상 이야기를 먼저 떠올린다.

                                                              [ AI 생성 이미지 ]

 

여기에는 심리학의 흥미로운 질문이 있다. 우리는 왜 직접 만난 적 없는 방송인에게 가까운 이웃을 대하듯 정을 느낄까? Horton과 Wohl(1956)은 매체 속 인물과 시청자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친숙함을 ‘준사회적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화면을 통해 반복해서 만나는 인물을 실제로 아는 듯 느끼는 경험이다. 이런 친숙함이 곧 실제 인격에 대한 객관적 평가인 것은 아니다. 드라마 속 김 회장을 사랑하는 일과 배우 최불암의 사적인 마음을 아는 일은 구별되어야 한다.

 

한편 고인의 아동 나눔은 연기와 구분되는 공적 활동이다. 초록우산 공식 자료는 1985년 최불암을 중심으로 전국후원회가 결성되었다고 기록한다. 약 41년 동안 이어진 후원·옹호 활동은 그의 사회적 실천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근거다. 다만 오랜 봉사 경력만으로도 한 사람의 성격유형이나 내면 동기를 확정할 수는 없다. 마음은 외부에서 확인되는 행동과 행동의 이유를 구분할 때 더 정확하게 이해된다.


2. 마인드코드16의 네 차원으로 배역·행동·관계를 새롭게 읽다

 

윤치연 교수가 개발한 마인드코드16의 「4차원 심리기능 양식모형」은 동기·정서·인지·관계라는 네 차원에서 행동을 이해하도록 설계된 이론적 연구모형이다. 동기는 ‘왜 움직이는가’, 정서는 ‘마음을 어떻게 드러내는가’, 인지는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는가’, 관계는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함께하는가’를 묻는다. 각각 대비되는 두 방향을 제안하지만 두 단어는 선악·정상과 비정상·우열을 가르는 표지가 아니다. 한 사람에게 두 방향이 모두 나타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강조점도 달라진다.

 

 <표 1> 마인드코드16의 4차원 심리기능 양식모형

차원

두 방향

핵심 질문

동기

도전 B / 

신중 C

행동을 시작할 때 기회와 위험을 어떻게 살필까

정서

표현 E / 

절제 R

감정과 평가를 밖으로 드러낼 때 어떻게 조절할까

인지

계획 P / 

즉흥 S

미리 정한 구조와 현장의 유연성을 어떻게 활용할까

관계

조화 H / 

자율 A

공통점을 찾는 일과 독립적으로 말하는 일을 어떻게 조율할까


 

첫째, 동기: 도전(Bold, B)–신중(Cautious, C)

 

도전은 새로운 상황에 들어가거나 필요한 행동을 먼저 시작하려는 방향이다. 신중은 행동의 위험과 준비 상태를 확인하는 방향이다. 교실에서 ‘제가 먼저 해 볼게요’라고 나서는 것은 도전의 쉬운 예다. 준비물이 빠졌는지 확인하고 안전한 순서를 정하는 것은 신중의 예다. 도전만 있으면 서두를 수 있고 신중만 있으면 시작을 미룰 수 있다. 둘이 협력하면 ‘시도하되 준비하는 행동’이 가능해진다. 《수사반장》의 박 반장이 사건에 대응하는 장면은 행동 개시와 확인의 균형을 생각하게 하지만, 대본 속 선택이 배우 본인의 타고난 동기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독자에게 묻는다. 나는 새 일을 시작할 때 먼저 움직이는가, 먼저 확인하는가? 중요한 일에서는 두 행동을 어떤 순서로 조합할까?

 

둘째, 정서: 표현(Expressive, E)–절제(Restrained, R)

 

표현은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말·표정·몸짓으로 전달하는 방향이다. 절제는 감정이 있어도 드러내는 강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방향이다. 친구가 고마울 때 곧바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은 표현이다. 화가 나더라도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차분하게 말하는 것은 절제의 예다. 표현은 소통을 돕지만 상대를 압도할 수 있고, 절제는 갈등을 누그러뜨리지만 필요한 감정 전달까지 막을 수 있다. Gross(1998)의 정서조절 연구가 알려주듯 ‘속으로 느끼는 감정’과 ‘겉으로 보이는 반응’은 같은 것이 아니다.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의 엄격함과 따뜻함이 함께 기억되는 것은 시청자가 경험한 극중 표현의 폭을 생각하게 한다. 실제 인물의 마음은 어떤가? 화면 속 대사는 대본에 쓰이고 장면은 연출과 편집을 거쳐 전달된다. 배우가 조용히 연기했다고 해서 실제 감정을 억압한다거나, 친근하게 웃었다고 해서 언제나 밝은 성격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우리는 먼저 ‘시청자에게 무엇이 전달되었나’를 물어야 한다.

 

독자에게 묻는다. 나는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말투와 시기를 고르는가?

 

셋째, 인지: 계획(Planful, P)–즉흥(Spontaneous, S)

 

계획은 목표와 순서를 미리 정하고 정보를 차근차근 처리하는 방향이다. 즉흥은 뜻밖의 상황에 맞춰 관점을 바꾸고 그 자리에서 대응하는 방향이다. 발표 내용을 미리 적어 보는 학생은 계획을 사용한다. 준비하지 않은 질문에 상대의 말을 듣고 답하는 학생은 즉흥적 대응을 사용한다. 계획은 실수를 줄이지만 바뀐 상황에 둔감할 수 있다. 즉흥은 유연하지만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판단을 부를 수 있다. 두 기능은 현실에서 경쟁하기보다 서로 보완하는 경우가 많다.

 

최불암의 경력에는 대본과 리허설을 요구하는 연기, 현장 대화가 포함되는 교양 프로그램 진행이 함께 있다. 《한국인의 밥상》이 보여준 지역 주민과의 대화는 제작진의 사전 준비, 현장 상황, 최종 편집이 결합된 결과다. 이를 통해 ‘준비된 질문과 현장에 대한 응답이 함께 필요하다’는 교육적 통찰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영상만으로 고인의 실제 인지 능력, 사고 속도나 고정된 계획·즉흥 성향을 검사한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

 

독자에게 묻는다. 내 계획과 다른 상황이 생겼을 때, 원칙을 지키면서도 방법을 바꿀 수 있을까?

 

넷째, 관계: 조화(Harmony-oriented, H)–자율(Autonomy-oriented, A)

 

조화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통점을 찾으며 협력하려는 방향이다. 자율은 주변의 기대와 달라도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지키려는 방향이다. 가족회의에서 서로의 요구를 조율하는 것은 조화의 예다. 모두가 동의해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유를 말하는 것은 자율의 예다. 조화가 지나치면 필요한 이견이 사라질 수 있고, 자율이 거칠게 표현되면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함께 살되 스스로 생각하는 태도’가 핵심이다. 자율성과 관계성은 모두 중요하다는 Deci와 Ryan(2000)의 연구는 두 가치를 함께 고려하게 한다.

 

《전원일기》의 가족과 마을, 《한국인의 밥상》의 지역 공동체는 조화와 자율을 설명하기 좋은 이야기 무대다. 여기에 고인이 초록우산 전국후원회장으로 오래 활동한 사실을 나란히 놓으면, 화면 속 돌봄의 이미지와 실제 사회공헌의 기록이 어떻게 구별되는지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이 그에게 ‘따뜻한 어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성격검사 없이 조화형이라고 판정할 수는 없다. 더구나 조화와 자율이 통계적으로 완전한 양극을 이루는지 역시 별도 연구가 필요하다.

 

독자에게 묻는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가?

 

마음의 네 차원은 독립된 주제를 다루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연결된다. 가령 마을의 어른을 만나 새 사업을 제안한다고 생각해 보자. 먼저 제안할지 충분히 살필지 결정하고(동기), 기대와 걱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조절하며(정서), 준비한 설명과 예기치 않은 질문에 함께 대처하고(인지), 상대와 협력하면서 자신의 원칙도 지킨다(관계). 이것은 독자가 활용할 수 있는 가상 사례다. 최불암 배우의 뇌나 마음에서 그러한 과정이 실제 순서대로 작동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3. 국민배우의 유산을 나의 마음 공부로 바꾸는 방법

 

최불암을 기억할 때 우리는 한 사람의 ‘성격’을 안다고 느끼기 쉽다. 그러나 《수사반장》의 정의로움은 작품 속 등장인물에게 귀속되는 행동이고, 《전원일기》의 배려는 극의 상황에서 표현된 역할이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보이는 온화한 대화도 실제 만남을 방송 문법으로 재구성한 결과다. 이 세 층을 구별할 때 더 성숙한 인물탐구가 가능하다. 하나의 역할로 사람 전체를 재단하지 않는 태도는 우리가 가족과 동료를 이해할 때에도 필요하다.

 

Fleeson(2001)의 연구는 같은 사람도 일상 속에서 여러 행동 상태를 보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은 먼저 나서고 내일은 신중할 수 있다. 회의에서는 말을 아끼다가 가족 앞에서는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4차원 모형의 두 방향은 이 다양성을 관찰하는 교육적 질문이다. B/C, E/R, P/S, H/A를 결합하면 수학적으로 16가지 조합을 만들 수 있지만, 실제 사람이 정확히 16종류로 나뉜다는 경험적 증거가 여기서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고인에게서 떠올리는 신뢰에는 여러 재료가 있다. 여러 해에 걸친 화면 속 만남, 가족과 시청했던 개인적 추억, 반복되는 목소리와 말투, 그리고 1985년 이후 이어진 공개된 아동 나눔 활동이다. 이 재료는 서로 관련될 수 있지만 동일하지 않다. 시청자가 경험한 친밀감은 심리학적 설명의 대상이고, 방송에서 연기된 선한 역할은 작품 평가의 대상이며, 검증 가능한 후원 활동은 공적 행동에 대한 평가의 대상이다. 이 구별이야말로 고인에 대한 존중과 정확한 분석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마인드코드16은 이 지점에서 독자에게 네 가지 실천을 제안한다. 새로운 일을 앞두면 도전과 신중 중 어느 쪽이 지금 필요한지 묻는다. 마음이 흔들리면 표현과 절제의 적절한 균형을 생각한다. 예상이 빗나가면 계획을 조정하고 즉흥적으로 대응할 여지를 남긴다. 갈등이 생기면 조화를 구하면서도 자율적 판단을 잃지 않는다. 네 질문은 자기를 더 잘 알아가려는 생활 속 연습이지, 특정 배우의 심리검사 결과가 아니다.

 

최불암이 남긴 여러 역할을 되돌아보며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해 보고 싶다. ‘나는 다른 사람의 기억에 어떤 어른으로 남고 싶은가?’ 정답은 한 단어의 성격유형에 있지 않다. 오늘의 행동을 어떻게 선택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 무엇을 실천했는지에 남는다. 우리가 그를 추모하며 배울 수 있는 가장 오래가는 마음 공부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윤치연 교수의 한마디]

 

“좋은 어른의 모습은 타인을 대신 판단하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순간에 어떤 행동을 선택하고, 그 선택이 주변에 어떤 기억을 남기는지 돌아보는 데 있다.” 최불암 배우가 남긴 작품과 나눔의 기록을 마인드코드16의 언어로 바라본 이유는 한 인물을 유형표에 가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더 깊이 성찰하기 위해서다.

 

[인물탐구·편집 안내]

 

이 기사는 고인의 공개 방송 경력과 공적 활동을 토대로 심리학의 일반 개념 및 마인드코드16의 이론적 모형을 설명하는 교육적·추모적 논평이다. 배우의 배역·연출된 장면·편집된 방송은 실제 인격에 대한 직접 증거가 아니다. 고인이 심리검사·마음상태검사·임상면담 등을 받았다는 의미가 아니며, 고인의 고정된 성격유형, 내면 동기, 정서 상태 또는 정신건강을 진단하거나 단정하지 않는다. 

 

[영문 명칭] 동기 Bold vs Cautious, 정서 Expressive vs Restrained, 인지 Planfu vs Spontaneous, 관계 Harmony-oriented  vs Autonomy-oriented.  B/C–E/R–P/S–H/A는 마인드코드16의 설계상 구분이며, 면담이나 검사 없이 사람을 ‘한 유형’으로 확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참고문헌 및 방송·사실 확인 자료 (APA 형식)

 

Deci, E. L., & Ryan, R. M. (2000). The “what” and “why” of goal pursuits: Human needs and the self-determination of behavior. Psychological Inquiry, 11(4), 227–268.

 

Fleeson, W. (2001). Toward a structure- and process-integrated view of personality: Traits as density distributions

 of stat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0(6), 1011–1027. 

 

Gross, J. J. (1998). The emerging field of emotion regulation: An integrative review.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2  (3), 271–299. https://doi.org/10.1037/1089-2680.2.3.271

 

Horton, D., & Wohl, R. R. (1956). Mass communication and para-social interaction: Observations on    intimacy at a distance. Psychiatry, 19(3), 215–229. https://doi.org/10.1080/00332747.1956.11023049

 

MBC. (n.d.). 《수사반장》 등장인물: 박반장(최불암).

MBC. (n.d.). 《전원일기》 등장인물: 김회장(최불암). 

MBC 뉴스. (2026, 10월 30일). 「영원한 수사반장」 최불암 별세.

KBS. (2026, 10월 30일). 故 최불암 배우 추모 특집 방송 두 편 긴급편성. 

초록우산. (n.d.). 전국후원회 소개. https://www.chorogusan.or.kr/intro/support.do

작성 2026.11.02 17:52 수정 2026.11.02 17:53

RSS피드 기사제공처 : 마인드 24 / 등록기자: 윤지온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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