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가까이 은행에서 근무한 정수영 대표가 성인용품 편집샵 창업을 선택했다. 오랜 금융권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한 사업은 프리미엄 성인용품 편집샵 ‘벨룬(VELUNE)’이다. 정 대표는 성인용품을 개인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제품으로 소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 대표가 은행을 떠난 이유는 성인용품 사업 때문이 아니었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이어왔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을 새로운 분야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이후 건강한 노후와 갱년기, 중장년층의 삶에 관심을 갖고 관련 자료를 살펴보다 성 건강과 친밀감이라는 주제를 접했다.
정 대표는 “100세 시대를 생각하면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상당히 길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을 때 도전하고 싶었다”며 “퇴직 후 건강한 노후에 대해 공부하면서 성 건강과 프라이빗 웰니스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의문도 생겼다.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과거와 달라졌지만 성인용품 구매는 여전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일로 여겨진다는 점이었다. 정 대표는 이러한 분위기에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해 온 방식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그는 “성인용품을 음지에서 양지로 가져오고 싶다는 말이 구매 사실을 공개하자는 뜻은 아니다. 성인이 자신의 취향과 필요를 이해하고 제품을 선택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벨룬은 국내외 브랜드의 성인용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편집샵이다. 자체 제품을 제조하기보다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제품별 특징과 사용 방식에 관한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처음 구매하는 소비자를 위한 선택 가이드와 문의 응대도 운영하고 있다.
정 대표는 프리미엄의 기준을 가격보다 구매 과정에서 찾았다. 소비자가 제품의 특징을 이해하고 자신의 필요에 맞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매 과정에서 사생활을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중장년층과 시니어의 성 건강도 정 대표가 관심을 두는 분야다. 그는 관련 자료를 접하면서 나이가 들어도 사랑과 친밀감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수 있지만 이를 편안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느꼈다.
정 대표는 “20대에는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30~40대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과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중장년 이후에도 친밀감은 삶에서 소중한 부분이다. 나이를 이유로 성 건강에 관한 관심을 감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물론 창업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은행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지만 온라인 쇼핑몰 운영부터 상품 선정, 마케팅, 고객 상담까지 직접 익혀야 했다. 특히 성인용품 업종의 특성상 브랜드를 알리는 과정에서 여러 제약을 경험했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신생 쇼핑몰이어서 겪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업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성인용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 시작한 사업인데, 그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객이 제품에 관해 문의하거나 구매 후 다시 방문하는 일은 사업을 이어가는 동기가 되고 있다. 정 대표는 판매량을 늘리는 것만큼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고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벨룬은 20대부터 중장년·시니어까지 다양한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 정보와 구매 편의성을 제공하는 편집샵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성인용품을 특별하거나 부끄러운 상품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벨룬을 찾는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맞는 제품을 부담 없이 살펴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