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이유찬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달러 규모의 가상자산이 탈취된 사건에 가짜 채용 면접과 침해된 내부 인공지능(AI) 도구가 악용됐다고 회사가 밝혔다. 바이낸스는 초기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공격자들이 여러 단계에 걸쳐 엔지니어의 컴퓨터와 내부 도구를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이번 사건을 심각하고 고도로 정교한 보안 사고로 규정하고 사과했다. 탈취액은 가상자산 해킹 피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여겨진다. 공격 대상은 바이낸스 자체 지갑에 보관된 가상자산이었다.
회사가 밝힌 침투 경로는 채용을 가장한 접근에서 시작됐다. 공격자들은 정상적인 구직 플랫폼을 통해 엔지니어 한 명에게 연락한 뒤 가짜 기업 관계자와의 면접에 초대했다. 개인 사진이 담긴 소셜미디어 계정을 공유하는 등 신뢰를 쌓는 수법도 동원했다.
해당 엔지니어는 두 번째 면접에서 과제로 위장한 악성 소프트웨어를 내려받도록 유도됐다. 회사는 이 프로그램이 탐지를 피하기 위해 악성코드를 알아보기 어렵게 만드는 난독화 기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채용 절차를 믿게 한 뒤 업무와 관련된 요청처럼 보이는 다운로드를 유도한 것이다.
바이낸스는 공격자들이 10월에 감염된 엔지니어의 컴퓨터와 침해된 내부 AI 도구를 활용해 다른 엔지니어 두 명의 노트북까지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후 공격을 이어가며 지갑에서 자산을 빼내는 데 필요한 도구의 통제권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직원의 신뢰를 악용하는 사회공학적 수법이 사용됐다고 분석했다.
사건 여파로 전 세계 고객의 출금이 중단됐다. 고객들은 일요일 서비스가 복구될 때까지 플랫폼에서 가상자산을 인출하지 못했고, 재개 이후에는 수십억달러 상당의 자산을 출금했다. 바이낸스는 이용자와 협력사, 업계에 우려와 혼란, 불확실성을 초래한 데 대해 사과했다.
회사는 손실을 충당하는 데 필요한 금액의 100%를 넘는 자금을 별도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토요일 기준으로 피해를 본 토큰 자산의 98%를 보충했다는 설명도 내놨다. 이와 별도로 법 집행기관과 협력해 탈취 자산을 추적하고 동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비밀경호국도 추적을 지원하고 있다.
미 수사기관과 여러 사이버 보안 분석가들은 이번 공격에서 북한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바이낸스 역시 화요일 X 게시물에서 FBI의 최신 발표가 북한을 이번 사건의 책임 주체로 지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은 배후 의혹을 부인했다. 김여정은 해당 주장이 북한의 대외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미국의 시도라고 반발했다.
북한 연계 의혹은 과거 가상자산 탈취 사건에서도 제기됐다. 라자루스 그룹으로도 알려진 트레이더트레이터 조직은 2025년 바이비트에서 발생한 15억달러 규모 해킹의 배후로 지목됐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자신에게 책임이 제기된 주요 사이버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바이낸스는 후속 보안 대책으로 위협 탐지용 AI 도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외부 사이버 보안 전문가에게 사건 전반의 검토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보안 연구 기금을 조성하고 주요 AI·보안 기업과 특정 과제를 중심으로 협력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