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협동로봇을 기반으로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온 선전위장과기유한공사(深圳越疆科技有限公司·DOBOT)가 한국 진출 의지를 밝히면서 국내 제조업과 로봇 산업의 협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등 제조업 기반이 있는 경상북도에는 로봇 기술을 지역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강화로 연결할 기회가 될 수 있다.
DOBOT은 2026년 10월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2026 경상북도 제3회 미래전략 산업혁신 투자포럼’에서 자사의 로봇 기술과 글로벌 사업 현황, 한국 내 협력 방향을 소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아시아·태평양 영업총괄 데이빗 웨이(David Wei)는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 사족보행 로봇을 비롯한 제품군을 설명하고 산업 자동화와 교육 분야의 협력 구상을 제시했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새로운 제품군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로봇 기술을 제조업과 교육, 연구 분야로 확장하려는 사업 방향이다. 로봇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접목하고 지역 기업과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면 한국 시장 진출은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협동로봇에서 휴머노이드까지…산업용 기술의 확장
DOBOT은 2015년 설립 이후 협동로봇을 개발해 왔으며, 현재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다족보행 로봇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현장 발표에서 회사는 모터와 액추에이터, 컨트롤러 등 하드웨어부터 제어 소프트웨어와 로봇 운동제어 알고리즘까지 자체 개발하는 기술 체계를 강조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DOBOT의 협동로봇은 자동차 자동화, 전자·반도체, 식품가공, 용접, 적재 작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6축 협동로봇은 3~30㎏의 적재 범위를 지원하며, 휴머노이드 로봇과 사족보행 로봇, 원격조작 기반 데이터 수집 플랫폼 등도 제품군에 포함됐다.
회사는 사람과 로봇이 함께 작업하는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비접촉 충돌 감지 기술과 전자식 브레이크, 안전 제어 기술도 소개했다. 이러한 기술은 제조 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생산 공정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로봇 산업의 경쟁 범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정해진 위치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 로봇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작업 조건에 대응하는 피지컬 AI 기반 로봇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협동로봇을 통해 축적한 제어 기술과 산업 현장 경험을 휴머노이드 등 새로운 형태의 로봇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이러한 변화의 한 흐름이다.
한국 제조업, 자동화 기술과 현장 경쟁력을 함께 확보해야
DOBOT의 한국 진출이 국내 산업에 가져올 수 있는 첫 번째 효과는 제조 자동화 선택지의 확대다. 국내 제조기업은 생산인구 감소와 숙련인력 확보, 공정 효율화 등 여러 과제에 대응해야 한다. 로봇 기술을 활용하면 반복적이고 정밀한 작업을 자동화하고, 작업자가 공정 관리와 품질 개선 등 보다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업무에 집중하도록 생산 체계를 재구성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과 전자·반도체, 정밀 제조 분야에서는 로봇의 반복 정밀도와 작업 안정성, 설비 간 연동 능력이 중요하다. 협동로봇은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수행하는 작업이나 소규모 생산라인의 자동화에 활용할 수 있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향후 사람을 위해 설계된 작업 환경에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로봇의 도입 목적은 장비 자체를 확보하는 데 있지 않다. 기업이 해결하려는 공정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작업 속도와 품질, 설비 가동률, 안전성 등을 개선하는 데 적합한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 제조기업과 로봇 기업이 함께 현장을 분석하고 실증을 진행한다면 기술 도입의 효과를 구체화할 수 있다.
두 번째 기대효과는 국내 로봇 산업의 기술 경쟁과 협력 기회 확대다. 해외 기업의 진출은 국내 기업에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가격과 성능, 서비스 품질을 둘러싼 경쟁을 높일 수 있다. 국내 로봇·자동화 기업은 센서와 제어 시스템, 산업용 소프트웨어, 시스템 통합 등 자사의 강점을 바탕으로 협력 분야를 찾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해외 제품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기업이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품 공급과 설비 통합,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개발, 공동 실증 등에서 협력 모델을 만들면 국내 산업의 기술 역량을 높이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경상북도, 투자 유치를 지역 산업의 성장으로 연결해야
이번 포럼은 경상북도의 미래 전략산업을 발굴하고 국내외 기업과 투자기관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반도체와 드론, 미래자동차 산업의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로봇 기업의 한국 진출 구상이 소개됐다는 점은 지역 산업정책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경상북도는 제조업 기반과 미래차·전자·부품 산업의 연계를 바탕으로 로봇 자동화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할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의 반복 작업, 전자부품 조립과 검사, 물류·적재 공정 등은 기업별 수요에 따라 로봇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영역이다.
지역 기업이 로봇 도입을 추진할 때 가장 큰 장벽 가운데 하나는 장비 구매 이후의 통합과 운영이다. 생산라인에 맞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기존 설비와 연동하며, 작업자를 교육하고 유지보수 체계를 갖추는 과정에는 전문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경상북도가 지역 대학과 직업교육기관, 제조기업, 로봇 기업을 연결해 공동 실증과 현장 교육을 지원한다면 개별 기업이 부담하는 도입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외국 기업과의 협력은 지역 인재 양성과도 연결할 수 있다. DOBOT은 현장 발표에서 대학과 직업교육기관을 대상으로 공동 실험실 구축, 공학 실습, 교육과정 개발과 기술 경진대회 등을 추진하는 구상을 소개했다. 산업용 로봇의 활용 경험을 교육과 연구에 접목해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방향이다.
이를 경상북도 산업정책과 연결하면 지역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로봇 실습 환경을 구축하고, 실제 제조공정에 기반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장비 운용과 제어, 공정 설계 경험을 쌓고 기업은 필요한 기술인력을 발굴할 기회를 얻는다. 교육기관에서 축적한 연구 결과를 지역 기업의 자동화 과제에 적용하는 협력 모델도 가능하다.
이러한 협력이 구체화되면 경상북도는 외국 기업의 기술을 활용하는 지역을 넘어 제조기업과 연구기관, 교육기관이 함께 로봇 기술을 실증하고 확산하는 산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투자 유치의 성과를 기업 간 협력과 기술인력 양성, 지역 공급망 강화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 도입을 넘어 공동 실증과 생태계 구축으로
DOBOT의 한국 진출 구상은 국내 제조기업과 지역 산업에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출 의향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국내 제조기업의 수요를 파악하고 적용 가능성이 높은 공정을 선정해 실증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후 생산성 개선과 품질 안정, 안전성, 유지보수 편의성 등을 평가해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로봇 기업과 국내 시스템 통합업체, 부품기업, 교육기관이 참여하면 기술 도입과 함께 지역 내 산업 역량을 축적할 수 있다.
경상북도 역시 투자 유치 실적뿐 아니라 지역 기업의 참여, 공동 연구개발, 현장 실증, 인력 양성, 관련 기업의 사업 확대 등 구체적인 성과를 중심으로 협력 사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외국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지역 산업의 수요와 연결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 기업과 인재가 함께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로봇 기업의 한국 진출 움직임은 국내 제조업에 새로운 기술을 검토할 기회를 제공한다. 경상북도에는 이를 미래차와 전자·부품 산업의 자동화, 지역 인재 양성, 기업 간 기술 협력으로 연결할 가능성이 있다.
로봇 산업의 경쟁력은 장비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을 운용할 인력을 양성하며, 기업과 연구기관이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DOBOT의 한국 진출 구상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다면 국내 제조업과 경상북도가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향후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이 기사의 저작권은 이비즈타임즈에 있습니다]


